어리석은 물고기 이야기

cubmarine.egloos.com/7138968

 

어리석은 물고기 이야기

 

산속의 어느 작은 연못에 욕심이 많은 새끼 물고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새끼 물고기의 엄마는 그녀에게 말하곤 했다.

 

원하는 것은 작을수록 좋단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거든.”

 

하지만 새끼 물고기는 엄마 물고기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하는 것은 크면 클수록 좋아. 그래야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어.”

 

새끼 물고기는 자신이 살고있는 연못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이 예쁜 아이가 먼지가 날리고 물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하다니! 그보다 끔찍한 것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푸르른 어둠 속에서 동그란 금빛의 달이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새끼 물고기는 반드시 이 지긋지긋한 연못을 벗어나 금빛달이 있는 지상으로 올라가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새끼 물고기는 바위 아래에 사는 마법사 가재를 찾아가 부탁했다.

 

가재야, 나를 이 연못에서 나가게 해다오. 그게 나의 유일한 꿈이란다. 금빛달이 있는 저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

 

그렇구나. 귀여운 새끼 물고기야. 하지만 달은 이 연못 안에서 볼 때가 더 아름답단다. 게다가 넌 지상에서 걸을 다리가 없는 물고기로 태어났잖니? 물고기는 물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법이야.”

 

그건 고정관념이야. 난 물고기 이상의 삶을 살고 싶어. 그러기 위해 노력할 거야. 그게 불가능하다면 당장 죽는 게 나아.”

 

죽다니. 제발 그런 말하지 마.”

 

새끼 물고기는 어떻게 하면 다리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가재가 다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말했다.

 

가재야, 너에게 다리가 많으니 나에게 두 개만 주지 않을래?”

 

가재는 새끼 물고기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가재는 자신의 다리 두 개를 새끼 물고기에게 준 후에 그녀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러자 새끼 물고기는 다리를 가지게 되었고 물 밖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새끼 물고기는 너무나 기뻐하며 수면 위를 향해 헤엄쳤다.

 

이제 모든 게 좋아질 거야! 나는 행복해질 거야!”

 

그러나 물 밖으로 나갔을 때, 그녀가 기대한 아름다운 세계는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살을 찌르는 건조함과 귀를 찢을 듯한 새들의 지저귐 뿐이었다.

 

새끼 물고기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다. 밤사이에 보았던 그 환상적인 광경들은 모두 환영이었던 것인가?

 

새끼 물고기는 망연자실한 기분이 되어 연못 주위를 맴돌았다. 물밖의 세계는 너무나 척박했다. 온 몸의 피부가 갈라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당장 연못 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연못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을 때 새끼 물고기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독히도 따분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곳이 실패한 인생들이나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끼 물고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연못으로 돌아가지 않고 숲을 향해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흘러 건조함 때문에 온몸의 비늘이 너덜너덜 일어나 부스스 떨어지고 새빨간 속살이 드러나 피가 맺힐 쯤에야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인간들이 사는 도시였다. 가로와 세로로 난 길 사이사이에 선물상자처럼 예쁘게 꾸며진 건물들이 있었고 멋진 옷과 신발로 치장한 사람들이 그 주의를 거닐고 있었다.

 

, 정말 멋진 곳이잖아. 역시 연못을 떠나길 잘했어.”

 

새끼 물고기는 신이 나서 산비탈을 타고 내려갔다. 그때 바로 뒤에선 구름이 걷히면서 그녀가 그토록 염원하고 꿈꿨던 금빛달이 떠오르고 있었건만,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조차 못했다. 그것보다는 도시의 휘양찬란한 가로등 불빛과 가게 안에 진열된 반짝이는 상품들이 그녀의 시선을 빼앗은 것이다.

 

새끼 물고기는 신이 나서 그 멋진 거리를 걸었다. 길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멈추어 서고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그들이 그저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거리의 가게 중에서 가장 반짝거리고 좋아 보이는 가게에 당당하게 들어갔다.

 

그 가게는 보석을 파는 가게였다. 새끼 물고기는 진열대를 구경하며 황홀한 기분에 빠졌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콧수염을 한 가게 점원이 그녀를 발견하고 소리쳤던 것이다.

 

이봐! 너는 뭐야? 너는 여기 들어올 수 없어!”

 

새끼 물고기는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점원이 진저리를 치면서 손가락질을 해댔다.

 

네 꼴을 봐! 아주 끔찍하잖아! 피부가 온통 너덜너덜하잖아!”

 

새끼 물고기는 살면서 그런 얘기를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게에서 쫓겨난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모습이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이제 보니 난 못생겼어!”

 

새끼 물고기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뒷골목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렇게 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 뒷골목은 동네 도둑고양이들의 구역이었던 것이다. 새끼 물고기는 어느새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금방이라도 잡아먹히고 말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새끼 물고기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려고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흰 정말 귀엽게 생겼어. 그렇게 귀여운 너희들이 나를 잔인하게 잡아먹진 않겠지?”

 

고양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중 대장인 검은 점박이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 사실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생선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 그보다는 닭고기나 쥐고기가 더 입맛에 맞지.”

 

그것 참 잘됐다. 그럼...”

 

하지만 길고양이 주제에 음식을 가릴 수는 없지.”

 

그의 말에 새끼 물고기는 너무 무서워서 그만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나 말고 제발 다른 것을 먹어!”

 

그때 새끼 물고기는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고양이들아. 나를 살려주면 더 좋은 먹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게.”

 

고양이들은 귀를 쫑긋하며 그녀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더 좋은 먹이? 어디에 그런 게 있는데?”

 

새끼 물고기는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했다.

 

숲의 연못이야. 거기 커다란 바위 아래에 가재가 살거든. 그 가재는 나 같은 물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어. 게다가 그 가재는 마법을 부릴 줄 알거든. 운이 좋으면 너희는 그 가재를 잡아먹고 마법을 얻게 될지도 몰라.”

 

새끼 물고기의 생각에 마법사 가재는 이미 다리를 잃은 불구이기도 하니 이제 와서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그렇게 아까울 것이 없었다. 그에 반해 이렇게 젊고 꿈과 미래로 가득 찬 자신이 목숨을 잃는 것은 너무나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이지 않은가? 아마 마법사 가재도 그녀를 위해서라면 죽는 것이 아깝지 않으리라.

 

고양이들은 새끼 물고기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떠났다. 혼자 남은 새끼 물고기는 뒷골목을 계속해서 걸었다. 가재에게 미안했지만 그 보단 살아남은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훨씬 더 컸다.

 

그런데 저 앞에서 맨홀 뚜껑이 차츰 열리더니 그 안에서 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쥐들은 코를 킁킁거리면서 다가오더니 새끼 물고기에게 말했다. “네 덕분에 이곳에 고양이들이 전부 사라졌어. 오늘 밤 우리중 아무도 죽지 않을 거야! 야호!”

 

쥐들은 새끼 물고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새끼 물고기는 역시 가재를 희생시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쥐들은 그녀를 하수구로 초대했다. 그날 밤, <살아남은 쥐들을 위한 축제>를 열 계획이니 와서 즐기라는 거였다. 새끼 물고기는 배도 고프고 춥고 지치기도 해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수구는 연못보다도 더 더럽고 어두웠다. 하지만 새끼 물고기는 우울하지 않았다. 쥐들에게서 그곳에 신비한 능력을 가진 노파가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쥐들은 돌아가면서 그 노파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 노파는 모든 것들을 다른 모든 것들로 바꿀 수 있어.”

 

하지만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거나 그러지는 않아.”

 

대신에 수십개의 나이프와 수십개의 주사기를 가지고 마법을 부리지.”

 

너도 다른 모습을 원한다면 그를 찾아가면 될 거야.”

 

새끼 물고기는 하수구망 위에 쥐들이 쌓아 놓은 썩은 고기와 양배추 따위를 지나쳐 노파가 있다는 곳으로 달려갔다. 노파는 시멘트로 된 건물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쥐들에게 얘기 들었어. 인간이 되고 싶다며?”

 

그래, 인간이 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

 

노파는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새끼 물고기는 그가 왜 그렇게 웃는지 의아했지만 묻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늙은 노파야 원래 툭하면 낄낄거리는 법이니까. 노파는 기미가 가득 핀 이마 위로 전등이 달린 머리띠를 착용하며 새끼 물고기에게 안쪽 방으로 가서 누우라고 지시했다. 새끼 물고기는 침대에 누워서 그대로 잠들었다.

 

정신을 되찾았을 때, 새끼 물고기는 몹시도 몸을 떨고 있었다. 노파가 옆에서 그녀의 몸을 흔들어 깨우며 말했다.

 

, 모든 게 끝났어.”

 

나는 이제 인간이야?”

 

그래. 너는 이제 인간이야.”

 

의사는 새끼 물고기에게 거울을 건네주어 보여주었다. 새끼 물고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감격스러워 눈물을 펑펑 흘렸다. 거울 안에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새끼 물고기는 신이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맨 처음 연못에서 가재의 도움으로 다리를 얻고 물 밖을 향해 헤엄쳤을 때처럼 기운차게 그곳을 뛰쳐나갔다.

 

그녀는 왔던 길 그대로 자신이 쫓겨났던 쥬얼리샵으로 향했다. 그녀를 매몰차게 내쫓았던 콧수염 점원은 모습이 바뀐 새끼 물고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극진히 환대했다.

 

여기 이 보석이 아가씨에게 어울릴 것 같군요.”

 

좋아요. 그걸로 주세요.”

 

점원은 기뻐하며 유리장 안에서 보석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상자에 몇 번이고 싼 다음에 계산대로 가서 말했다.

 

그럼 할인해서 750만원입니다.”

 

새끼 물고기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멀뚱히 서 있기만 하자 점원의 표정도 점점 굳어갔다.

 

뭐야, 돈도 없으면서 보석을 사겠다고 했단 말이야?”

 

, 하지만 나는 인간이잖아요? 게다가 정말 예쁘단 말이에요. 그것만으로도 그 보석을 가질 만한 자격이 있는 것 아니에요?”

 

점원은 화를 내며 새끼 물고기를 가게 밖으로 내쫓았다. 새끼 물고기는 너무나 화가 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그따위 대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새끼 물고기는 모멸감에 몸을 떨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거리를 걷다가 전광판에서 미소 짓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온갖 좋은 것들을 걸치고 있었다. 새끼 물고기는 어째서 자신은 저들처럼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지독히도 절망스럽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끼 물고기는 카페 앞을 지나가다가 그만 앞을 보지 못하고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서 보니 노숙자 한 명이 길바닥에서 헐거워진 천쪼가리를 덮고 자고 있었다. 새끼 물고기는 화가 나서 그 노숙자를 발로 차 깨웠다.

 

노숙자는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격이었다. 그는 눈을 꿈벅이며 자신을 때린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새끼 물고기가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숙자의 눈에는 그 새끼 물고기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노숙자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새끼 물고기에게 말했다.

 

아가씨, 나에게 750만원이 있어요. 그 돈을 줄 테니 나와 결혼해주세요.”

 

새끼 물고기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 돈이면 쥬얼리샵에서 그토록 원하는 보석을 살 수 있었다.

 

좋아요. 돈을 주면 결혼해줄게요.”

 

노숙자는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기꺼이 새끼 물고기에게 건네주었다. 새끼 물고기는 그것을 받고 그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후 쥬얼리샵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 내가 저딴 거지랑 결혼할 것 같아? 보석만 사고서 내빼야지. 그 보석만 목에 걸고 있으면 나는 더 행복해지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될 거야.’

 

그 순간, 이상하게도 새끼 물고기는 하수구 노파가 낄낄대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가 행복에 대해 말했을 때 그는 어째서 그런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던 걸까?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그딴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곧 그 아름다운 보석이 손에 들어올 거야! 그러면 나는 행복해지는 거야!’

 

새끼 물고기는 쥬얼리샵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그녀에게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새끼 물고기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녀는 750만원 어치 돈다발을 그의 발치에 내던지며 거만하게 명령했다.

 

어서 보석을 내놔!”

 

쥬얼리샵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의 목에는 반짝거리는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황홀한 표정으로 가게의 유리창에 비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돈을 준 노숙자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가씨... 이제 원하는 것을 다 얻었나요? 이제 약속대로 나와 결혼해줄 건가요?”

 

새끼 물고기는 노숙자를 경멸하듯 째려보더니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멍청한 놈! 내가 너 따위와 결혼할 것 같아? 나처럼 예쁘고 잘난 여자가?”

 

노숙자는 벙 찐 표정으로 새끼 물고기를 쳐다보았다. 새끼 물고기는 노숙자를 손으로 밀쳐 넘어뜨린 후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넌 속은 거야! 바보같이 속은 거라고! 속은 쪽이 나빠! 나는 영리해서 보석을 얻은 것뿐이야! 내가 너와 결혼해야 할 의무 따위 없어!”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노숙자가 펑하는 소리를 내더니 연기에 휩싸였던 것이다. 연기가 사라졌을 때에는 노숙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자주색 망토를 걸친 마법사가 그곳에 서 있었다.

 

마법사는 화가 난 얼굴을 한 채 지팡이로 새끼 물고기를 겨누었다. 새끼 물고기는 좀 전의 사나운 태도 대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예요?”

 

나를 모른단 말이야? 너를 위해서 다리를 잘라주기까지 한 나를?”

 

새끼 물고기는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그 가재란 말이에요?”

 

그래, 작은 연못에서 멍청하게도 새끼 물고기를 사랑했던 불쌍한 가재, 그게 나였지.”

 

마법사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져갔다.

 

그런데 너는 나를 끝까지 배신하기만 했지!”

 

새끼 물고기는 겁에 질려 애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는... 몰랐어요... 용서해줘요. 이해해줘요. 나는 불쌍한 새끼 물고기일 뿐이에요. 그저... 행복이라는 꿈을 꾸는 새끼 물고기일 뿐이란 말이에요...”

 

마법사의 얼굴이 분노로 떨렸다.

 

아니야. 너는 전혀 불쌍하지 않아. 오히려 가증스러울 뿐이야. 행복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탐욕만 가득하잖아! 너 같은 건 벌을 받아야 해!”

 

마법사는 새끼 물고기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는 연못에서 그녀를 위해 아낌없이 내주었던 다리 두 개를 도로 받아 갔다. 그리하여, 새끼 물고기는 다리 없는 여자가 되었고, 연못으로 돌아가지도 금빛달의 세계로 가지도 못한 채 쥐들과 함께 하수구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덧글

  • Park 2023/03/23 11:20 답글

    재밌게 잘봤습니다. 배드엔딩이라니!
  • 고맙습니다~! cubmarine 2023/03/24 15:09

닉네임
비밀번호
블로그
비공개